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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흥,보성,장흥,화순,나주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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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는 예전에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는데,
지금은 다리가 놓여 차로 들어갈 수 있다.
너무 쉽게 들어가니 두근거리는 마음도 없다.


내가 소록도를 처음 온 기억은 20여년 전 쯤?
그냥 친구들과 왔었다.
그리고 지금 내 처와 함께 온 적도 있었고...
당시의 기억은 가물가물.


소록대교를 지나 소록도로 내려서면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한다.
이정표에는 중앙공원까지 1.3킬로를 가야한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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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바람이 차다.
해송이 도로 양편으로 서있는해변길을 따라 걸어간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이 있다.
그러다보니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한센병은 나병이라고 하고 문둥병이라고 한다.
문둥병이라는 거부감 강한 병명 때문에 요즘은 한센병이라고 한다.
이곳에 한센병 치료 병원이 들어선 것은 일제치다.
1917년부터 병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일제는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시켜 치료할 곳이 필요했고,
소록도라는 아름다운 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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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변을 걸어가는 길은 춥다.
국립소록도병원이 새건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뒤로 돌아가면 중앙공원이 있다.


중앙공원을 들어가기 전에 역사유물을 먼저 보아야한다.
오른편 길 아래로 있는 검시소와 감금실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일제치하 병원을 다스리는 원장이 지어 놓은 건물로
이곳에서 직접 벽돌을 굽고 만들어서 건물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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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시소라는 말이 섬뜩하다.
이곳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이 세번 죽는다는 말이 있다.
죽어서 죽고,
검시소에 들어와서 다시 죽고,
화장장에서 불에 태워서 죽고.


검시소 안에는 시체를 해부했을 단이 하나 있고 세척시설이 되어있다.
죽은 환자들이이곳으로 와서일일이 해부되는 또 다른 죽음을 맞았던 곳이다.


옆방에는 단종대가 덩그러이 놓였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종종 번식의 기회를 박탈하였던 곳이다.
섬 내에서 죄를 지으면 감금실에 가두고
기한이 끝나면 이곳에서 강제로정관수술을 받았던 곳이다.
단종대는 마치 형틀같은 느낌이다.
이곳에 묶여서원하지않은 수술을 강제로 받아야 하는 고통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서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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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건물로 가면 감금실이다.
감금실은 말 그대로 감옥이다.
이곳은 원장이 환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감금시키고 고통을 주었던곳이다.
서러운 울음이 방안 곳곳에 묻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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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실을 나와 길 위로 올라가면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은 두개
소록도 병원의 역사와 옛날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의 손 때 묻은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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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으로 들어선다.
이 공원은 일제치하 4대 원장이었던 수호원장이 환자들을 동원해 조성한 공원이다.
환자들에게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고자...


공원은알려진 이름만큼 크거나 웅장하지 않다.
아름다운 정원정도.
오래된 편백나무나 구불구불한 소나무들이 공원과 잘 어울린다.
공원중앙에는 구라탑이 있다.
"한센병은 낫는다"
절박한 심정이다.

구라탑 뒷면에는 오마도 간척공사 이야기가 나오고
1963년 8월 23일 세웠다고 적혔다.


중앙공원에서 위로 올라서면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시비가 있다.
커다란 반석에 새긴 보리피리 시는아름다운 선율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반석은일제치하 원장이 완도에서 가져다 놓은 것이란다.
반석은 원장이 환자들을 모아 놓고 조회를 할때단상으로썼단다.
그 뒤로 개원 40주년 기념탑이 있는데,
이곳이 당시 원장 동상이 있었던 자리다.
청동으로 웅장하게 만들었던 동상은 아이러니하게 전쟁 공출로 사라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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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 이곳을 무대로 <당신들의 천국>이라는소설을썼다.
군사정부가 되어 군인 원장이 새로 부임하게 되면서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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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날 취임 선물인 환자들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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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이 아닌 섬밖으로 이주를 꿈꾸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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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작한 육지에서의 오마도 간척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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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배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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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핵심은
이 섬이 당신들의 천국이 되어서는 안되고, 우리들의 천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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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소록도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