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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제주

한라산(漢拏山)을 오르다

한라산(漢拏山)을 오르다


토요일 퇴근이 무섭게 짐을 꾸려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갈까말까 고민하다 마음먹은거 안하면 더 마음 아프다.


3시 출발이지만 미리 오래서 2시경에 도착해서 선표를 끊었다.

제주행 카페리 3등객실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가득하다.

맨바닥에 않아있는 진희는 돈 좀 더주고 편하게 가면 좋을 것인데 불만이다.

재형이와 윤성이는 선내 오락기에 빠져 도통 다른데는 관심이 없다.

배는 정시에 출발해서 목포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목포구를 빠져나와 진도쪽으로 향하니 너무나 아름다운 섬들이 양옆으로 줄지어 자랑하고 있다.


진도를 벗어나니 망망대해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다소 지루하다.

답답한 객실이 싫어 갑판에 있자니 바람이 차갑게 느껴져 오래 있질 못하겠다.

창이 바라보이는 난간에 걸텨앉아 서서히 낮아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일몰을 기대했건만

수평선에 가까워진 해는 흐려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추자도를 지나 도착시간보다 늦은 8시에 제주항에 도착했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한라산 가는 길을 물으니 터니널에서 자고 버스로 가면 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려니 식당이 없다.

터미널 뒤 식당을 찾아 밥을 먹으니 별로 입이 당기지 않는다.

주변에 보이는 모텔에 들어가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변에 마트를 찾아 나섰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편의점에 들러 생수며, 쵸콜렛, 양갱 등 산행에 필요한 것들을 사서 돌아왔다.

바로 옆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터미널 앞 제과점에서 점심으로 빵을 준비하여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아침 촉촉이 젖은 숲길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성판악에는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라산국립공원 푯말이 있는 곳(750m)에서 사진을 찍고 9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백록담 정상까지는 9.6km다.

등산로는 완만하고 오르는 길은 삼나무 숲, 신갈나무 숲 등 해발이 높아지면서 숲의 모양도 변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다.

안내판에는 13시까지 진달래밭에 도착해야 산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혹시나 늦을까 싶어 재촉하며 올라가니 12시에 진달래밭에 도착했다.

가져간 과자와 빵을 먹었다.


진희는 빵이 이상하다며 먹어보라고 한다.

군데군데 하얗게 되었는데 내생각에는 밀가루 반죽이 덜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먹어버렸다.

정말 상했다.

나쁜 제과점 아줌마.....


지금부터는 길도 좁아지고 경사도 있다.

재형이와 윤성이는 자꾸 힘들어 한다.

그러다가 윤성이는 마주오는 아줌마의 배에 부딪쳐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울어버렸다.

어쩌거나 미안해 하고 가버린다.

또 나쁜 아줌마.....


숲을 벗어나니 아득하게 우뚝 솟은 정상이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구름이 낮게 보이고 너머로 수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너무 푸르러 하얀구름을 더욱 하얗게 만들고 있다.


산정에 오르는 길은 털진달래 등 낮게 자란 나무와 돌들만 있어 시야가 확 트인다.

모자를 쓴 것같을 커다란 바위를 올라서니 한라산동능정상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정상에 도착하니 1시반이다.

애들 걸음으로 상당히 빨리 왔다.

백록담 커다란 분화구에는 며칠전 비가와서 물이 고여 있다.

마른것보다는 기분이 좋다.

하얀사슴은 간데없고 까마귀 몇 마리만이 하늘로 높게 날아오르며 한라산을 지키로 있다.


점심으로 남은 간식을 먹고 2시에 관음사쪽으로 길을 잡았다.

관음사까지는 8.7km로 경사가 많아 애들로는 힘들다고 하는데 오던 길보다는 다른 길이 나을 것 같다.

막 돌아 나오니 구상나무 숲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은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군데 군데 하얀 고사목과 어우러진 산길은 가던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구상나무 숲을 지나 용암이 흘러내렸을 아득한 협곡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개미등은 한라산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장관이다.


급경사를 지나 오르락 내리락 몇 번하더니 끝없이 이어지는 하산길은 점점 지치게 만든다.

재형이는 발뒷꿈치가 아프다고 하고, 윤성이는 힘들어 안기고 싶어한다.

윤성아! 여기서 아빠가 안아주면 한라산 내려갔을 때 윤성이 혼자 한라산 올라갔다고 말할 수 없잖아.

이후 더 이상 안아 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진희도 힘들어 하면서도 계속 쉬면 더 힘들다며 가기를 재촉한다.

변화없는 숲길은 더욱 지치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 하산길도 끝이 났다.

관음사 입구 초소를 벗어나니 5시40분이다.

18.3km, 8시간40분, 애들로서는 엄청난 산행을 한 것이다.

완주한 재형이를 안아주고, 윤성이도 안아줬다.

입구 큰나무아래 평상에서 등산화를 벗고 쉬고 있으니, 옆에서 언제 성판악을 출발했냐고 묻는다.

8시반에 출발한 사람들이 아직 오지 않는다고.....

재형이와 윤성이는 어른들 보다 더 빨리왔다고 은근히 자랑이다.


매점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서 잔디밭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제주로 가려고하니 시내버스가 없단다.

택시를 물어보니 너무나 많은 요금을 부른다.

큰 도로까지 걸어가려고 가고 있으니, 지나가던 차가 멈춰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타서, 먹을만한 음식점을 소개해주라 하니 신제주에 내려줬다.

너무나 고마운 아저씨.....


힘든 산행의 피로도 풀겸, 고등어찜과 갈치회를 시켰다.

재형이는 고등어고 갈치회고 잘 먹는다.

맜있게 먹었다.

인근 모텔에 방을 잡으니, 진희가 과일이 먹고싶다고 해서 이마트가서 하우스귤, 오렌지, 포도, 그리고 산행중 너무나 먹고싶었던 오이 등을 사왔다.


아침에 일어나, 인근에 전복집이 있어 전복돌솥비빔밥을 먹었다.

가격에 비해 들어있는 전복이 너무나 적다.

한림공원 가는 길을 물으니, 조금 걸어내려가 한라병원 앞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한다.


한림가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기사에게 물으니 한림공원은 안가는데 여기에서는 버스가 안오니 한림읍에서 내려 택시타고 가면 된다한다.

그러고는 자세히 안내도 해준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


한림에 내려 택시를 타려는데 아줌마가 와서 한림공원 갈려면 택시불러줄테니 같이 가자고 한다.

한림공원 앞에서 편의점하는데 동전바꾸러 나왔다고 한다.

친절한 아줌마.....


한림공원은 신혼여행때 와봤는데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하늘을 찌를 듯한 야자수는 여전히 시원하다.

아열대 식물관을 지나고 석목원에서는 돌마다 사진 찍어주라고 하는데 열심히 찍어줬다.

협재굴과 쌍용굴도 보고, 새가있는 길에서는 공작과 타조도 보았다.

윤성이는 타조와 장난이 치고 싶은데 무섭게 보인다.

십만평이라는데 정말 넓다.

한참을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한림공원을 나와 길 건너 바닷가로 향했다.

모래언덕 뒤로 보이는 바닷물은 흰색과 청록색이 섞이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듯 너무나 맑고 시원하다.

군데군데 까만색 바위와 초록색 파래 그리고 하얗게 빛나는 모래.

이국적 해변가에 있는 듯 하다.


재형이와 윤성이는 신발을 벗고 바닷가로 들어섰다.

재형이가 파래를 들어보이면 좋아한다.

윤성이는 게를 한 마리 잡아와서는 보여주며 신나한다.

돌아서기가 너무나 아쉽지만 뱃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며 도착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목포행 씨월드고속훼리는 5시반에 출발했다.

선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한잔을 마시며 점점 멀어져가는 제주를 뒤로 했다.

재형이와 윤성이는 여전히 오락기에 열심이다.

창밖은 어둠으로 짙게 깔려 시커먼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족만 장거리 여행을 떠나온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비용은 조금 많이 들기는 하지만 여행기분은 제대로 난다.

자주 갈 수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정말 아름다운 제주를 보았다.


저녁 10시가 될 무렵

멀리 가로등을 힘겹게 받치고 있는 유달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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